양승훈
펜싱에는 특이한 룰이 하나 있습니다. 실점했을 때 “투셰(touché)!”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투셰는 ‘찔렸다’는 뜻입니다. 선수들이 검을 워낙 빠르게 휘두르다 보니 첨단 장비 없이 경기를 치르던 때에는 심판도, 찌른 사람도 누가 이겼는지를 잘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을 정확하게 아는 유일한 사람, 찔린 사람이 먼저 “투셰”를 외쳐 승부를 가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질지라도 패배를 인정함으로 자신의 인격을 연마하는 것이 펜싱의 기본 도리라 하니, 정말 신사적이지요?
저는 평소 운동할 때나 누군가를 대할 때에 이기려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 잘못을 보기보다 남의 잘못을 들춰냈고, 높은 자리에 있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패배할지라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인격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잘못하면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먼저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