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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뒷모습

2024.0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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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남편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깨 너머로 흘긋 보다 물었다.

    “뭐 그려요?”

    남편이 대답했다.

    “당신, 사람 뒷모습에 얼굴이 있다는 말 들어봤지? 앞에서 느낄 수 없는 그 사람의 또 다른 면을 뒷모습에서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앞모습만 그리잖아. 그래서 난 뒷모습을 좀 그려봤어.”

    얼마 후, 지인과 함께 ‘진심, 아버지를 읽다’전을 관람했다. 많은 작품 중 시야에 들어온 사진 한 장에 숨이 턱 막히듯 가슴이 먹먹해졌다. 바로 어느 아버지의 뒷모습이었다. 얼마 전 보았던 남편의 그림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굽은 등으로 묵묵히 삶의 무게를 짊어진 아버지의 뒷모습은 가장의 책임감이 얼마나 무거운지 침묵으로 말하고 있었다. 외롭고 쓸쓸한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시린 아픔이 가슴을 강하게 짓눌렀다.

    팔십 평생 팔 남매를 뒷바라지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뒷모습이 어른거리면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왜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했는지 후회스러웠다. 지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버지, 힘드셨지요? 고생하셨어요. 그동안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 아버지의 딸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눈물을 타고 한없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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