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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남편의 뒷모습

2024.0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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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았는데 남편이 앞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조금만 비켜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했을 텐데 그날따라 남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넓었던 어깨와 등이 힘없이 처진 듯해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장아장 걷던 두 아들을 번쩍 들어 업던 등, 병환으로 걷지 못하던 어머니를 업고 병원 계단을 오르내리던 등, 다리를 두 번이나 다친 아내를 한 달 동안 업고 다니던 등. 30여 년 동안 남편은 가족의 애환을 등에 업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남편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다음 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가장의 숙제를 하러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아이들이 중고생이 되었을 때는 조금이라도 더 벌겠다며 휴일에 뙤약볕 아래서 작약, 생강을 길렀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이들도 자라 타지로 떠나고 나니 이제야 남편이 보입니다.

    남편의 뒷모습에서,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시고 복음 길 걸으시던 하늘 아버지 뒷모습이 연상됩니다. 새벽부터 자녀 걱정을 가방에 가득 담고 찬 이슬 내린 길을 헤치시며 외롭게 걸으셨을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낮에는 돌짐보다 무거운 자녀들의 죄 짐을 어깨에 지신 채 석수 일 하시고, 밤이면 내려앉는 눈꺼풀을 참으시며 생명 책자를 쓰셨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하나님 닮은 사랑으로 우리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준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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