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단기선교로 세계복음에 동참한다는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는 가나 중앙주(州) 아우투세냐의 카소아라는 작은 마을로, 에티오피아까지 13시간 비행 후 다시 가나로 날아가야 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지루하다거나 피곤할 틈은 없었습니다. 저희의 단기선교는 비행기에서부터 시작됐으니까요.
환승하고 얼마 안 되어 단원 한 명이 퍼트린 열정의 불씨가 번져 1시간 뒤에는 단기선교단 전체가 말씀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한 남성은 진리에 큰 관심을 보이며 가나에 도착하면 침례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도착지 공항에서 입국 수속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수속을 마치고 나와 보니 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수도 아크라를 거쳐 카소아에 막 닿았을 무렵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비행기에서 만난 남성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크라교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단기선교단이 찾은 첫 하늘 가족이었습니다.
선교의 첫발을 떼자마자 부어주시는 축복에 들뜬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 환경은 생각보다 열악했습니다. 밖은 푹푹 찌는데 수도와 전기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물을 넉넉하게 쓸 수 없었고 방 두 곳을 제외하고는 불도 켜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른 단원들이 방을 쓰게 하고, 최소한의 물로 씻은 뒤 거실에서 취침했습니다.
본격적인 선교 일정을 시작하고 단원들이 하나둘씩 복음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단원 한 분과 저만 며칠이 지나도록 결실이 없어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거기에는 답답한 마음도 섞여 있었습니다. 제 딴에는 식구들을 위해 양보하고 식구들의 의견도 잘 따랐는데…. 문제는 분명 제게 있었지만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찬찬히 저를 돌아본 뒤에야 답을 얻었습니다. 말로는 배려한다고 하면서 은연중에 양보의 대가를 기대한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서로서로 봉사하고 희생하면서 ‘우리 팀’이 원활하게 단기선교를 진행하도록 이곳으로 보내주셨는데, ‘내 자신’의 결과만 바라다 보니 감사가 아닌 섭섭함이 나온 것입니다.
한순간 하나님께 불평불만 했던 일을 회개하고 아직 열매 맺지 못한 단원과, 단기선교단 전체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식구들이 좋은 복음의 결과를 얻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라면 그에 따른 복을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더욱 배려하고 봉사했습니다. 당장 열매를 얻지 못해도 부지런히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결실한다는 심정으로 전도에 나섰습니다.
바로 다음 날, 제가 기도하던 식구가 귀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간구하던 일이 이루어져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놀라운 일은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이틀 연속 하늘 가족을 찾는 축복을 허락받은 것입니다.
그중 한 명인 테가 형제님은 규례도 연이어 지키며 믿음을 키워나갔습니다. 겨우 몇 번 예배를 드렸을 뿐인데도 하늘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가고 싶다는 형제님은 성경 공부를 부지런히 해서 훌륭한 선지자가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형제님뿐 아니라 카소아에서 찾은 모든 형제자매들이 복음의 일꾼으로 성장해 어머니 앞에 서는 날을 소망합니다.
선교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저희는 다시 긴 여정에 올랐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도 말씀을 들은 한 영혼이 인천에 도착해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단기선교 여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버지 어머니께서 함께하심이 느껴져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가나로 출발하기 전, 하늘 어머니께서 저희에게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는 어머니 말씀을 듣고도 고민을 놓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복음은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끌어가신다는 것을 잊고서 한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엘로힘 하나님의 뜻에 따르기만 하면 염려하거나 불평할 일이 없다는 것과 더불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바람직한 양보와 연합의 자세가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천국 복음 완성을 위해 어느 곳에서든지 말씀 전파에 힘쓰는 든든한 아들이 되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고 희생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