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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아름다움에 취해

2024.0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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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75년, 스웨덴의 화학자 칼 빌헬름 셸레가 실험 도중 우연히 비소와 구리를 혼합해 초록색 물감을 만들었습니다. 초록색의 빛깔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던 초록색은 자연에서 염료를 얻기가 힘든 데다 변색이 잘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인공 원료를 원하던 사람들은 ‘셸레의 초록색’이라 불린 이 물감에 환호했습니다.

    제조업자들은 앞다퉈 공장을 가동시켰고 셸레의 초록색은 대량생산 되어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런데 옷, 침구, 벽지 등 집 안 곳곳에 초록색이 들어차면서 사람들은 무기력증, 심각한 두통, 복통에 시달렸습니다. 초록색으로 염색된 물건들에서 독성 기체가 방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도 셸레의 초록색은 20세기 초까지 사용되다가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원합니다. 하지만 겉보기에 아름다워도 우리 영혼을 상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취해 영혼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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