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
이른 시간,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부스스한 머리를 고무줄로 질끈 묶고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거울 한 번 볼 새도 없습니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신랑을 보내고 나면 여섯 살 된 아들을 깨웁니다.
“왕자님, 일어날 시간이에요.”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부려보지만, 아들은 잠깐 실눈만 뜰 뿐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하긴 단번에 일어나면 우리 아들이 아니지요. “쭉쭉” 소리를 내며 아들의 두 다리를 한참 주물러야 서서히 반응이 옵니다. 아들은 기지개를 켜고 벽 쪽으로 데구루루 굴러가며 투정을 부립니다.
“아이 졸려. 더 잘래.”
“얼른 일어나세요. 시간이 똑딱똑딱 지나가요.”
몇 차례의 실랑이 끝에 아이가 눈을 비비고 겨우 일어납니다. 까치집 지은 머리를 하고 제 품을 파고든 아들이 귓속말을 합니다. “엄마 품이 제일 따뜻해”라고요. 진이 빠지는 아침이지만 달콤한 아들의 말 한마디에 행복이 금세 충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