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단기선교를 앞두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오직 복음을 전하고 하늘 가족 찾는 일로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선교를 준비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평균 연령 40대 중반인 저희 필리핀 타클로반 선교단은 모이자마자 어떻게 해야 아버지 어머니 영광을 나타낼지 고민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필리핀 레이테주(州)의 항구도시인 타클로반은 굉장히 습하고 더웠습니다. 매일 온몸이 땀으로 뒤덮였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진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성령과 신부, 유월절, 예수님의 새 이름을 전하느라 기본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났습니다. 한국에서는 더듬더듬 연습하던 언어가 자연스럽고 자신 있게 튀어나오고 이렇게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말씀을 듣다니, 마치 꿈인 듯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저희가 전도한 모든 시간에 귀한 결실을 주셨습니다. 그중 몇 명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마리아는 성경 말씀을 들어보겠냐는 저희의 질문에 미소 가득한 얼굴로 “Yes(네)”로 화답한 분입니다. 저희가 어머니 하나님을 비롯한 성경의 진리를 전하고 구원의 표 받길 권하자 가족에게도 진리를 알려 4명이 한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났습니다. 돌아온 안식일에는 남은 둘째 딸까지 새 생명의 축복을 받아 가족 모두가 하나님 안에 거하게 됐습니다.
안식일에 집을 방문했을 때, 자매님은 이미 교회에 가기 위해 아이들을 깨끗이 씻겨 예쁜 옷으로 갈아입힌 뒤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단정히 묶고 예배 때 집중해서 성경을 살피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예배 후 자매님이 한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침례 받을 때 제 죄가 사라지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기분이었어요. 하나님께 축복을 받았다고 느꼈어요. 시온에 와서 너무 행복하고 제 마지막 교회를 찾은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말씀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순종하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는데, 이토록 진리를 찾던 영혼일 줄이야,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어느 날은 길에서 자젤이라는 이름의 대학생을 만나 “우리는 한국에서 왔어요. 혹시 ‘케이가스펠(K-gospel)’ 아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관심을 보이고 교회까지 방문한 자젤에게 새 언약 복음과 성령 시대 구원자로 임하신 안상홍님을 증거했습니다. 진리를 깨달은 자젤은 곧 새 이름으로 침례를 받고 저녁 예배까지 드렸습니다.
얼마 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자매님과 다시 만났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단원들과 잠시 대형 마트에 들렀습니다. 길게 늘어선 계산대 중 조금이라도 짧은 줄을 골라 서 있는데, 계산하는 직원이 낯익었습니다. 자젤 자매님이었습니다.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저희가 손을 마구 흔들며 인사하자 자매님도 저희를 알아봤습니다. 자매님은 매니저에게 부탁해 잠시 시간을 내어 저희와 사진도 찍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여기서 만난 게 정말 신기하다면서요.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는 자매님은 현재 근무 시간을 바꿔 꾸준히 규례를 지키고 있습니다. 예배 전에 일찍 시온에 도착해 말씀을 공부하고, 예배 준비물도 스스로 챙긴다고 합니다.
저희가 타클로반을 떠나오기 전날 안식일에 침례 받은 사촌지간 형제의 사연도 은혜롭습니다. 2013년 태풍 하이옌 때 양가 부모를 모두 잃고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던 자누스, 마크 형제님입니다. 형제님들은 저희가 일요일에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배웅하러 새벽 6시에 시온 앞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날 진행한 환경정화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식구들에게 코코넛도 선물하면서 가족의 정을 듬뿍 나눴지요.
타클로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베이베이 지역 식구들과의 연합 전도도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간절히 전도해 그곳에서만 21명이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했습니다. 선교 기간을 모두 합하면 총 81명의 하늘 가족이 성령에 감동되어 시온으로 나아왔습니다.
개인 일정을 조정하며 저희와 함께해 준 타클로반의 형제자매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한 성령 안에서 저희는 하나였습니다. 문화와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며 복음 일선에서 저희에게 배려와 열정의 본을 보여준 당회장님과 사모님에게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무엇보다 단기선교를 허락하신 아버지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새 생명으로 거듭난 영혼들이 타클로반의 복음 일꾼으로 자라나 더 많은 하늘 자녀들이 하나님 품으로 인도되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