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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아버지의 색

2023.0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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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박수근 화백 전시회에 다녀왔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직후 전쟁과 극심한 가난을 겪었던 박수근은 시종여일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의 그림으로 서민의 일상을 화폭에 담아냈다. 아이를 업고 절구질하는 여인 등 보편적인 어머니 모습도 많이 그렸는데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삼은 것이었다.

    인상 깊었던 그림 중 하나인 〈독서〉에는 두 손으로 책을 잡은 채 쪼그려 앉은 소녀가 등장한다. 박 화백의 장녀다. 화백의 딸은 자신이 보고 싶었던 잡지를 아버지가 사준 기억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 색 사용을 절제한 박수근이었지만 어린아이를 그릴 때만큼은 어여쁜 색을 사용했다. 책 읽기를 좋아한 어린 딸과, 딸을 향한 아버지의 애정이 알록달록 채색된 작품에 가득 배어났다. 궁핍한 살림에 가진 것이라곤 붓과 팔레트가 전부인 그였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을 그리는 훌륭한 화가가 되리라는 굳은 의지는 누구보다 강해 보였다.

    문득 하늘 아버지께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고단한 석수 일로 펜과 종이를 마련하신 하늘 아버지께서는 가난한 살림에 교회를 돌보시며 사랑하는 하늘 어머니와 자녀들 모두가 함께할 그날을 위해 한 자 한 자 생명책자를 써 내려가셨다. 책자를 읽을 때면 아버지 사랑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시 뵐 그날을 기다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명의 말씀을 순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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