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아이는 배구를 무척 좋아합니다. 아들은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배구부 활동을 했고 딸은 학교 선수로 뛰고 있는데 전국대회에도 여러 번 출전할 정도로 열심입니다.
지금까지 바빠서 아이들이 출전하는 대회를 한 번도 참관하지 못하다 얼마 전, 학교 사정으로 내년에 딸아이 학교의 배구부가 해체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간을 내서라도 대회에 가볼걸’ 하고 후회하던 차에 올해 마지막 경기인 유소년 배구대회에 아이들 인솔 교사로 동행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딸아이가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대회 당일 새벽, 대회가 열리는 김천으로 향했습니다. 저희가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합 중인 팀도 있었습니다. 대회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들떠서 피곤한 것도 모르던 아이들은 다른 팀의 경기를 보자 긴장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 4, 5학년으로만 구성된 우리 팀은 다른 팀에 비해 덩치가 훨씬 작았습니다. 더구나 교체 선수도 없어서 경기 도중 누구 하나라도 다치면 기권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 속에서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다행히 첫 경기는 이겼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서인지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들렸습니다. 누군가 공을 받지 못하거나 실수로 놓치면 서로 지적하기 바빴고, 지적당한 아이는 위축되어서 같은 실수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단합해야지. 괜찮아, 할 수 있어.”
연이어 실점하는 아이들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날 경기를 마칠 때까지 제가 가장 많이 했던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여학생 팀의 경기와 달리 남학생 팀의 경기는 내내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남학생들은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마다 서로를 꼭 안아주었는데, 담당 선생님께 여쭤보니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아이들이 힘내자는 의미로 서로 안아주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때로 실수하는 팀원이 있어도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이해해주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던 남학생 팀은 결국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대회에서 남자부 3위라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시합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에 대한 배려와 격려가 바탕이 된 화합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자녀들에게 바라시는 모습도 이와 같겠지요. 믿음의 경주에서 승리하는 비결을 알았으니 적극 실천해보렵니다. 하나님께 감동드리는 믿음의 경기,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