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적, 엄마는 집에서 수확한 토마토를 안흥항으로 가져다 팔았습니다. 그때마다 꼭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한곳에 자리를 잡고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토마토를 직접 팔러 다녀서 차부에 남겨둔 토마토를 지킬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끝나면 저는 엄마 손에 이끌려 안흥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야 했습니다.
엄마는 늘 힘에 부치게 토마토를 가져갔습니다. 한 광주리 가득 머리에 이는 것은 기본이고, 장바구니에 토마토를 그득하게 채워서 양손에 들었습니다. 한번은 토마토가 바닥에 와르르 쏟아져, 얼마나 창피하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안흥항에 도착하면 엄마는 저에게 차부에서 장바구니에 담아온 토마토를 지키라 하고, 광주리에 담아온 토마토를 머리에 인 채 이 집 저 집 돌아다녔습니다. 가져간 토마토를 다 팔면 돌아와 남은 토마토를 가지고 다시 장삿길에 나섰습니다. 제 임무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엄마가 장사를 마치고 차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됐지만 저는 그 시간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인근에서 풍겨오는 붕장어구이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고픈 배를 움켜잡고 있노라면 고소한 냄새에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갔습니다. 멀리 차부로 들어오는 엄마가 보이자마자 뛰어가서 붕장어구이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힘겹게 장사를 마친 엄마의 고단함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엄마는 많이 못 팔아서 돈이 없다며 붕장어구이 대신 50원짜리 쭈쭈바를 사주었습니다. 그깟 붕장어구이 하나 사주지 않는 엄마가 어찌나 야속하던지요.
가져간 토마토를 다 팔아도 붕장어를 사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것은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였습니다. 자식이 먹고 싶다고 떼를 써도 사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무더운 여름, 친정에 가면 엄마는 항상 저를 위해 붕장어구이를 해주십니다. 어릴 때 못 사줘서 미안하다면서요. 철들면 효도해야지 했는데 저는 여전히 엄마의 사랑을 받기만 하는 철부지 딸입니다.
돌아보면 영적으로도 철없는 행동으로 어머니께 근심을 드리는 딸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어리다고, 자라서는 높은 마음으로 어머니 마음을 늘 아프게 해드렸습니다. 이제는 달라지려 합니다.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효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