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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감사 배틀(battle)

2019.1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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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이 한창 사춘기일 무렵,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숙제하랴 바빠서 밥 한 끼 같이하기 어렵던 아들과 어쩌다 점심을 먹게 된 날이었습니다. 말없이 밥을 먹던 아들이 갑자기 당시 유행하던 ‘대결하기(battle)’를 제안했습니다.

    “엄마, 우리도 배틀 한번 해볼까요? 뭐 가지고 할 건지는 엄마가 정하세요.”

    사춘기라 말수가 부쩍 줄어든 아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던 저는 대결 주제를 ‘하나님께 감사드리기’로 정했습니다.

    “오 예! 각오하세요. 더 이상 감사할 것이 없어서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지는 거예요.”

    점심을 먹고 아들이 학원을 가야 해서 감사 배틀은 바로 진행됐습니다. 저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땅까지 오셔서 우리를 찾아주시고 죄 사함과 영생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저도 유월절 지키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아들이 어렸을 때 하도 다쳐서 구급차를 세 번이나 타고 병원 갔는데,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외할아버지랑 삼촌, 이모들, 아빠까지 다 침례 받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횟수가 더해갈수록 저희 입에서는 점점 더 세세하거나 포괄적인 감사가 나왔습니다. 남편이 매일 운동 가자고 해서 귀찮았는데 덕분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서 감사(나), 지난주 학교에 자전거 타고 가다가 사고 날 뻔했는데 안 다치게 해주셔서 감사(아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과일 값은 싸서 맛있는 과일을 사 먹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나), 숙제할 시간이 빠듯했는데 학교 숙제와 학원 숙제를 다 하게 해주셔서 감사(아들), 전쟁을 겪지 않고 살게 해주셔서 감사, 70억이 넘는 인구 중에서 우리를 찾아주셔서 감사… 입에서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감사에 맞장구를 치거나, 감동을 받아 훌쩍거리기도 하느라 배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아들이 학원 갈 시간이 다 됐습니다.

    “창수야, 우리 이러다 밤새겠다. 그치? 오늘 감사 배틀은 무승부!”

    밥을 반도 못 먹었지만 아들과 저는 행복과 감사로 배가 불렀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넘쳤던 다윗과 솔로몬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감사한 일을 나열하다 보니 태어나서 여태껏 어느 하루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감사의 표현을 아꼈던 지난날이 죄송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들이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이토록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요.

    감사에는 참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면 영혼이 정화되고,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없던 힘이 생기고, 사랑하고픈 마음이 샘솟습니다. 오직 우리의 구원만을 바라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앞으로 늘 감사의 찬송을 올려 감사 에너지가 그치지 않는 자녀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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