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작업을 했을 때입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곰팡이가 생기고 냄새가 나는 기존 벽지를 뜯어내 곰팡이를 제거한 뒤 새 벽지를 붙였습니다. 벽지 상태는 방마다 달랐습니다. 곰팡이가 보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겉은 깨끗해 보이지만 막상 벽지를 뜯어보면 안쪽에 곰팡이가 생긴 곳도 있었습니다.
도배 과정은 간단해 보여도 쉽지 않았습니다. 벽지를 뜯어낸 벽면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크기를 맞춰 재단한 새로운 도배지에 풀을 발라 벽에 붙이는데 작은 부분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재단을 잘못하면 도배지가 애매하게 남거나 모자라 다시 재단해야 하고, 도배지에 풀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서리가 떠버려 떼어내고 다시 풀칠해야 합니다. 도배지를 벽에 붙일 때도 사방의 균형을 맞춰야 하고 평평하게 붙을 수 있도록 힘 조절을 해야 합니다. 벽에 붙인 도배지가 마르고 난 후에는 삐져나온 부분이나 남은 부분을 잘라 말끔히 정리해야 하는데 이때 칼질을 너무 세게 하면 풀을 머금은 도배지가 찢어질 수 있어 신경 써서 잘라야 합니다.
도배 작업은 3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더운 날씨 속에 작업하면서 땀이 줄줄 흘렀지만, 새집처럼 변한 방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도배를 하면서 미완성품인 우리를 완성품으로 만들어 가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수고와 정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만과 이기심, 질투와 미움, 원망과 불평으로 얼룩진 옛 옷 대신 사랑과 배려, 겸손과 인내, 절제와 온유로 지은 천사의 옷을 입혀주십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가 잊어버리면 또 가르쳐 주시고 잘못된 부분은 바르게 잡아주시며 사랑으로 보듬어 주십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온전히 변화된 제 모습을 보시며 미소 지으실 그날을 상상해 봅니다. 도배공의 세심한 손길에 헌 집이 새집이 되듯,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의 손길에 제 영혼도 죄악의 옷을 벗고 천상의 옷을 입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