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뵙고 싶어 음식들을 챙겨 들고 친정에 갔습니다. 엄마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말했습니다.
“성경을 한 권 다 읽어 봤다. 네 말대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천국에 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면 성경 다 읽어 본들 별 의미는 없겠지.”
엄마는 이번에 성경을 읽으면서 유월절이 눈에 들어오고 중요하게 느껴져 지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짬짬이 진리 말씀을 전해도 거절했던 엄마였기에 엄마를 인도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마음 한편에 접어두고 있었는데, 그런 엄마의 입에서 유월절을 지키고 싶다는 말을 듣다니요.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나아와 유월절을 지켰습니다.
며칠 뒤, 부모님과 함께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다시 친정집으로 향했습니다. 친정 부모님과 함께 예배드린다고 생각하니 기쁨과 감사함이 넘쳤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부모님이 A4용지 세 장을 내밀었습니다. 한 장은 기도 내용이었고, 다른 두 장은 제게 쓴 편지였습니다.
사랑하는 정희에게
부모가 자식을 낳아서 잘 키워 좋은 가정, 화목한 집안으로 보내기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 마음먹은 대로 훌륭한 사람 만나 좋은 가정으로 갔으니 부모 마음 더욱 감사할 뿐이다. 하나님 섬기며 잘 살기를,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빠가-
사랑하는 막내딸 정희야
이쁜 딸! 네 모습을 보는 엄마 마음이 너만 데리고 나들이만 다니고 싶구나. 안고 젖 먹일 때 너무나도 예뻐서 엄마 품에 안고만 싶구나. 세월이 빠르구나.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 며칠 전 막내딸 집에 갔을 때 가족 모두 행복해 보여서 엄마가 기분이 참 좋았다. 두서없이 썼나 보다. 막내야 우리 사는 인생 건강하고 천국에 같이 가고 싶구나. 사랑한다. 막내딸 정희야.
-엄마가-
편지를 읽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투른 글이지만 그 속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달려가기만 하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안아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바람처럼 부모님 손 꼭 잡고 천국에 같이 가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