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엄마가 정성껏 차려준 음식이 무척 맛있었습니다. 맛있게 음식을 먹는 저와 남편을 흐뭇하게 보던 엄마가 갑자기 근심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나이 80이 넘어서도 계속 건강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힘이 없어서 너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텐데… 너희들 고생시키면 어떡하지?”
“엄마, 제발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하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
말씀을 마치고 황급히 주방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옆에 오래오래 계시기만 하면 돼요’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먹먹했습니다.
자녀는 대체 부모에게 어떤 존재길래 모든 관심의 전부가 되는 것일까요. 엄마는 늘 저를 당신의 전부인 것처럼 대하고 사랑하며 무엇이든지 저에게 주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가 두려운 것이겠지요. 자녀가 없는 저로서는 그 마음을 아무리 헤아려보려 해도 어떤 단어도, 표현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루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과 대화하다 그때 일이 생각나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만약 나중에 몸이 쇠약해져서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면 마음이 어떨 것 같아요?”
그저 만약을 가정한 질문임에도 지인은 금세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엄청난 좌절감으로 괴로워하며 지낼 것 같네요”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하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라고 했던 엄마의 말과 표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오로지 자녀만을 위한 삶을 사는 어머니의 사랑은 그 깊이가 너무 깊어 가늠조차 할 수 없나 봅니다.
“내 마음은 항상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나의 관심의 전부이고 내 삶의 전부입니다” 하신 하늘 어머니. 당신의 전부를 다 주시고도 더 주지 못해 가슴 아파하시는 그 사랑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지금껏 하늘 어머니의 사랑을 깊이 들여다보지도 않았으면서 안다고 자만했던 것은 아닌지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평생을 다 바친다 해도 어머니의 사랑에 다 보답할 수 없겠지요. 어머니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