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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간절함에 깃드는 감사

2019.07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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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는 새벽에 출근하는 저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매일 김밥 도시락을 두 개씩 쌉니다. 아침과 점심에 제가 먹을 도시락입니다. 김밥 도시락이라 해서 전문점에서 파는 것처럼 제대로 된 김밥은 아닙니다. 집에 있는 반찬에 밥만 넣어서 만든 소박한 김밥입니다.

    저는 그 김밥을 아침과 점심에 먹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먹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김밥이 전혀 질리지 않습니다. 질리기는커녕 너무 맛있어서 먹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납니다.

    대단한 재료가 들어있는 것도 아닌데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배고플 때 먹어서입니다.

    직업 특성상 여러 장소를 이동하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동해서도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따로 식사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정신없이 땀 흘리며 일하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허기가 지면 그제야 겨우 차 안에서 도시락을 꺼냅니다.

    ‘이 김밥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배가 고파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도시락 뚜껑을 열기 전부터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김밥을 손에 들고 입에 넣기 전 한 번 더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합니다. 김밥은 말 그대로 꿀맛입니다.

    문득 눈앞에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만나를 박한 식물이라며 원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물도 없고, 곡식도 자라지 않는 광야에서 40년간 만나를 내려주셔서 장정만 해도 60만 명이나 되는 이스라엘 백성을 먹이셨습니다. 꿀 섞은 과자 같은 만나를 백성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날마다 먹을 수 있었는데 왜 금세 질려서 급기야 원망까지 했을까요?

    제 나름대로 이유를 분석해보니 요즘 말로 배가 불러서 그런 것이 아니었나 결론을 내려봅니다. 식사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배가 너무 고플 때 먹었다면 맛이 없을 리가 없었을 텐데,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알아서 양식을 내려주시니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 김밥 하나를 입에 넣으며 생각합니다. 비록 식사 한번 편히 못해도 이로 인해 감사를 잊지 않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고요. 에너지를 충전했으니 남은 하루도 힘차게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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