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분만 있으면 꽃나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욕심이 생겼지만, 막상 당일 화분을 들고 가기에는 번거로워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날 나와 보니 동네 골목이 예쁜 꽃나무들로 가득 찼다. 화사하게 변한 상가 골목길을 보며 ‘이렇게 예쁜 줄 알았으면 나도 하나 받을걸’ 하며 후회가 됐다. 하지만 기분 좋았던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서 꽃나무들이 하나둘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불볕더위 속에 휴가 기간이 겹쳐 제때 물을 주지 않은 꽃나무들은 결국 말라 죽었다. 그래도 그 가운데 싱그럽게 살아 있는 꽃나무들이 몇 그루 보였다. 처음 모습보다 균형 잡힌 가지와 푸른 잎사귀 그리고 싱그러운 꽃들이 계속해서 피어나 골목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소소한 힐링을 안겨주고 있었다.
같은 날, 같은 환경에 있던 꽃나무들의 운명이 왜 달라졌을까. 아마도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줬는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고 돌봐줬더라면 많은 꽃나무가 그리 말라 죽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식구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줬을까. 혹여 나의 게으름과 무관심으로 인해 영적으로 갈급하고 주리게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구들의 영혼이 늘 소성하여 싱그럽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양무리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때에 맞는 영의 양식을 열심히 전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