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부스스해진 머리카락을 숱가위로 정리하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습니다. “으악”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픈데도 상처 부위가 보이지 않아 안도했는데 몇 초쯤 지나자 붉은 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황급히 지혈을 하고 습윤 밴드를 붙였습니다. 다음 날, 지저분해진 밴드를 떼어내고 새로운 밴드를 붙이려고 보니 신기하게도 벌어진 상처는 새살이 돋아나며 거의 아물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살성이 좋다는 걸 몰랐습니다. 누구나 상처가 나면 저처럼 금방 새살이 돋아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살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제일 심한 경우가 ‘켈로이드 피부’였습니다. 이 피부인 사람은 손상된 피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결합 조직의 주성분인 콜라겐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흉터가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치료할 수 없다고 합니다. 봉합 수술이나 레이저 치료 등 피부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치료를 하려면 항상 의사에게 미리 자신의 체질을 알려줘야 한다더군요. 말로만 들었을 때는 설마 했습니다. 피부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상처가 감염되어 나타나는 증상이 아닐까 생각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켈로이드 피부인 이웃이 요리하다 칼에 손을 베어 병원에서 치료받은 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상처 주위로 올록볼록 살이 빨갛게 솟아올라 흉터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마다 살성이 다르다는 것을 그제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비슷한 상처라도 누군가는 하루 만에 새살이 돋아나 언제 다쳤나 싶을 정도로 멀쩡해지지만 어떤 이는 시간이 지나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남들보다 큰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사람의 살갗도 각자가 지닌 성질에 따라 치료법과 치료 시기가 달라지는데, 마음의 상처는 어떨까 싶었습니다.
똑같이 상처받을 만한 일을 겪었다 해도 사람마다 회복력이 다릅니다. 다친 마음을 금세 추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아프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아프지 않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시온에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 자녀들의 상처를 일일이 어루만져주시고 만병통치약인 사랑으로 치유해주십니다. 저도 아파하는 식구가 있다면 내 입장에서 바라보기보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살펴 치유를 도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