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은 사과 과수원을 합니다. 일 년 내내 사과밭에서 살다시피 하는 아빠는 특히 수확철이 되면 무거운 사과 상자를 들고 나무 사이를 오가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그렇게 수십 년 일만 하던 아빠의 어깨가 끝내 탈이 났습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어깨에 좋다는 치료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수저도 들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급히 아빠를 모시고 어깨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갔습니다. 검사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 않았습니다. 어깨 인대 6개 중 4개가 끊어졌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끊어진 지가 오래돼 수술로도 연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에 그동안 아빠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고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몇 시간에 걸쳐, 근육 속으로 말려 들어간 인대를 잇는 수술이 끝났습니다. 의사는 수술이 잘 됐으니 꾸준히 재활 치료를 하면서 되도록 팔 쓰는 일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퇴원 후 집으로 간 아빠는 또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빠, 의사 선생님이 한 말 잊으셨어요? 이제 농사일 그만두실 때도 됐잖아요.”
아빠는 허허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일하고 있어야 너희들이 언제든지 와서 쉴 수 있는 고향도 있는 거 아니냐.”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아빠가 어깨의 고통을 견디면서 지금껏 일한 이유는 자식들에게 편안히 쉴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돌이켜 보니 아빠는 사과 농사 외에도 복숭아, 살구나무를 심고 가꾸셨습니다. 봄이면 예쁜 꽃이 피었고 우리는 철 따라 영그는 여러 과일을 따 먹으며 신나게 물놀이를 했습니다. 어린 내 앞을 가로막은 무성한 풀들을 베어내면서 길을 터주셨던 아빠, 가시에 찔리고 상처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어주시던 아빠의 모습이 애틋한 고향의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까닭을 알았습니다. 그 추억들이 아빠의 사랑과 수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어깨의 고통보다 자식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아빠의 마음에서 하늘 아버지의 마음이 그려집니다. 오직 자녀들이 하늘 본향에서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길 바라며 지금도 쉼 없이 일하고 계실 하늘 아버지의 간절한 사랑의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