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
저는 내과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며칠 전, 연세가 여든쯤 되신 할머니가 진료를 받고 나가시다 발길을 멈추더니 의사 선생님께 물으셨습니다.
“원장님, 죄송한데요. 뭐 좀 여쭤보겠습니다. 제 아들이 신장이 안 좋아 입원해 있어요. 신장을 이식해 줄 사람이 없어서 기다리고만 있는데 며느리 신장도 아들하고 안 맞아서 이식이 안 된다고 하네요. 혹시 제 신장을 떼 주면 안 될까요?”
할머니는 간절한 눈빛으로 의사 선생님을 바라보셨습니다.
“아이고,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쩌지요? 어르신은 연세가 많아 아드님께 이식해도 큰 도움이 안 될 겁니다. 힘드셔도 젊은 기증자를 기다려 보셔야겠습니다.”
할머니의 신장이 이식에 적합한지 검사해 보셨느냐고 선생님이 여쭈자 할머니는 고개를 떨구며 답하셨습니다.
“아직 못했어요. 며느리가 안 되니까 저라도 어떻게 될까 싶어서 선생님께 먼저 여쭤봤네요.”
할머니는 어찌 안 되겠느냐며 두 번이나 물으셨습니다.
근심이 가득한 채로 돌아서는 할머니를 보면서 하늘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자녀들을 살리시려 하늘 영광을 다 뒤로 하고 임하신 어머니. 당신의 삶을 자녀들의 죄와 맞바꾸시고 오로지 자녀를 위한 삶을 살아가시는 어머니. 하지만 저는 그 간절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세상살이의 고달픔에 원망 불평 하고는 했습니다.
이렇게 나약하고 부족한 자녀들이 무엇이라고 끝없이 사랑해 주시는지요. 이제는 더 이상 어머니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고, 어머니 마음을 헤아리며 많은 영혼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