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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미결정

2021.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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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의로든 타의로든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였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최대한 활동 반경을 좁혀 생활하고는 있지만 부득이하게 이동해야 할 일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과 잠깐 스쳤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마스크를 제대로 갖춰 써서인지 매번 검사는 음성이었다. 특히 여름 휴가철에 혹시나 하고 받은 다섯 번째 검사는 휴가 기간 집에만 있었기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런데 검사를 받은 다음 날 오전이면 어김없이 문자로 보내주던 검사 결과가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기다리다가 보건소로 전화를 해보았더니 이름과 생년월일, 검사 장소를 꼼꼼하게 확인하던 직원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했다. 내 검사 결과가 아직 ‘미결정’이라는 것이었다.

    “미결정이 뭐죠?”

    “코로나인지 아닌지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좀 더 자세한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 저 특별히 어디 가고 이러지 않았는데….”

    “검체가 오염되어 그럴 수도 있고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검사 결과가 아직 안 나왔으니 좀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럼 언제 결과가 나오는데요?”

    “이따 저녁 때쯤이면 나올 것 같습니다. 선생님, 지금 집이시죠?”

    “네.”

    “그럼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는 외출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세요.”

    신신당부하는 직원과 통화를 마치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당연히 음성 판정이 나올 줄 알았는데 미결정이라니. 마트 갔을 때 마스크를 벗었던 적이 있었나? 창문을 열고 운전해서 그런가? 공원 화장실을 이용해서? 그러고 보니 목이 좀 따끔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만일 양성이 나오면 어쩌지?’

    양성이 나오면 여건에 따라서 이따금씩 갈 수 있는 교회에도 못 갈뿐더러 남편 회사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아들은 당장 아르바이트를 접어야 했다. 평안하던 일상이 완전히 깨져버리는 것이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집안일도 하는 둥 마는 둥 생각은 온통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만 집중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며칠처럼 느껴지는 반나절이 지나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감사와 안도의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미결정.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말이 이토록 나를 좌지우지할 줄은 몰랐다. 뜻밖의 경험으로 나는 구원에 관해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장 12절)

    엘로힘 하나님을 영접하고 새 언약의 규례를 지키고 있으니 당연히 구원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과연 내 믿음이 온전히 서 있다고, 구원이 결정되었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을까.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말씀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터이니 믿음의 길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라는 하나님의 간곡하신 당부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꼭 붙들어 주시는 하늘 어머니의 손을 놓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렇게 어머니 손 꼭 붙잡고 천국까지 가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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