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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요즘 매일 엄마와 통화합니다. 아프지는 않은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여쭤보면, 엄마도 저와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들은 첫째인 저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자취하는 둘째 딸, 공부하느라 정신없는 막내딸에게도 이어집니다.
얼마 전, 요양보호사로 일하시는 엄마가 시험을 쳐야 할 일이 생겨, 둘째인 동생 집에서 주무시게 됐습니다. 저와 통화하던 엄마는 그동안 둘째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마트에 같이 가서 장을 봐줘야겠다고 했습니다. 시험이 코앞인데도 마음이 많이 쓰이셨던 것 같습니다.
며칠 뒤, 통화하면서 들려온 엄마의 목소리가 유달리 밝았는데 사연은 이랬습니다. 엄마는 동생과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맘에 쏙 드는 브로치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물건을 만져보기만 하고 사지는 않았는데 그 모습을 본 동생이 그 브로치를 기억해 뒀다가 엄마에게 깜짝 선물을 해준 것입니다. 브로치 가격이 비쌌나 싶어 엄마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그리 비싸지 않았습니다. 저는 의아해서 엄마에게 왜 브로치를 사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비싼 건 아닌데 돈이 아까워서. 아! 맞다. 그날 보니까 두툼한 겨울 패딩 팔던데. 네 생각나더라. 사서 보내줄게.”
“아깝긴…. 브로치가 맘에 들면 그냥 사지 그랬어. 그리고 브로치보다 패딩 값이 더 나갈 텐데?”
“괜찮아. 나한테 쓰는 건 아까워도 우리 딸들을 위한 건 하나도 안 아깝지!”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엄마에게 일 순위는 자신이 갖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 바로 저희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하늘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자녀들이 삶의 전부라 하신 어머니. 하늘 영광 보좌 뒤로하시고 오로지 자녀들을 위해 사시는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