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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수빈
엄마가 할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일주일간 집을 비우셨다. 엄마가 없는 첫날은 딱히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사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틀이 지나자 더는 음식을 사 먹을 수 없어서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아빠가 퇴근하시기 전에 식사 준비와 모든 집안일을 마쳐야 했다. 하교 후에 시장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집에 오자마자 음식을 만드는 동시에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했다.
오빠와 나는 이제껏 조리법이 간단한 라면이나 볶음밥 같은 요리만 해오던 터라 ‘엄마표 집밥 요리’는 서툴렀다. 순두부찌개에서 고추장찌개 맛이 나고, 계란찜이 타거나 익지 않고, 된장찌개가 끓어 넘쳐 주방이 초토화되고, 밥이 죽이 되는 일이 반복됐다.
예전에는 집안을 돌보는 엄마의 수고로움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 나름대로 엄마의 소중함을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실은 아는 게 아니었다. 평소 내가 편안하게 저녁 시간을 보내며 학교 과제와 모임을 하거나, 먹고 입고 활동하는 모든 순간마다 엄마의 손길이 머물러 있었다. 역시 엄마가 계셔야 집 안에 웃음이 있고 가족이 평안해지는 것 같다. 엄마의 부재를 통해 엄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엄마를 더 많이 도와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