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계를 내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다. 한가한 오후 시간, 딸랑딸랑 울리는 소리에 졸음이 달아났다.
분명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는데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낌새에 CCTV로 시선을 돌렸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뒷문으로 살금살금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봐도 행동이 수상했다. 계산대에서 보면 뒷문 쪽에 진열된 과자류는 매대에 가려져 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뒷문에 CCTV가 2대나 설치되어 있는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아이들은 소시지와 과자를 수두룩 담아 달아났다.
이내 추격전(?)이 벌어졌다. 얼마 못 가 붙잡힌 아이들은 서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편의점 사장님과 통화하고, 어린아이들이기에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리기로 했다. 나름대로 ‘도둑질은 나쁜 것’이라며 알아듣게 충고했지만 겁먹은 아이들은 우느라, 아니면 변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편의점을 찾아온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에 나도 숙연해졌다. 한 어머니는 아이를 엄하게 훈계했다. 세상이 떠나갈세라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 한편으론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님, 정말 괜찮아요. 매장에 손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애가 너무 겁먹은 것 같은데 그만 들어가 보세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고 그랬을 수도 있는걸요.”
아이의 어머니는 단호했다.
“아니요. 어리다고 해서 조용히 넘어가면 잘못인 줄 몰라요. 너무 죄송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 주세요.”
아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세 번을 외친 후에야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근무자와 교대하고 퇴근하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렸을 적에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한 달 용돈을 금세 다 써버리고는, 하굣길에 군것질할 돈이 부족해서 누나의 저금통에 손을 댔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내 행동이 나쁜 도둑질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저 수중에 넉넉한 돈이 생긴 것이 기뻐 하루 만에 홀라당 탕진하고 돌아왔다. 찢어진 돼지 저금통을 본 엄마는 내 손을 잡고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 나는 길가에서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한 번만 용서해 달라며 울고불고 매달렸다. 그래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찰서 앞에서 벌을 선 뒤에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날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하다 예전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런 기억이 있으니까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은 거야. 엄마도 그때 속이 말이 아니었다. 애는 울지, 사람들은 쳐다보지…. 너도 나중에 자식이 생기면 어떤 맘인지 이해할 거야.”
그 당시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속이 뒤집어졌을 텐데 애써 숨겼겠지. 마음이 아프더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기에. 그때는 엄마가 그저 야속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감사할 따름이다. 편의점에서 본 어머니들도 분명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믿음 생활에서도 이와 같은 이치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을 범할 때마다 우리 자신보다 더 가슴 아파하시고, 죄의 대가를 아프게 감당하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탓하지 않으시고, 다만 온전한 믿음과 신의 성품, 선한 행실을 갖출 수 있도록 성경 66권에 빼곡히 기록하신 사랑의 교훈으로 올바른 길을 알려주신다.
그 모든 가르침을 온전히 따르기가 쉽지 않더라도 한 말씀 한 말씀 겸허히 받아들이고 순종할 때 한층 성숙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날마다 말씀을 되새기며 믿음 안에서 항상 바르고 정직한 길을 걷겠노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