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옥
온종일 속이 메스꺼워 누워 있었습니다. 퇴근한 남편이 초췌한 저를 걱정하며 등을 두드리는데, 마침 아들이 귀가했습니다. 남편이 아들을 향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습니다.
“아들, 오늘은 네가 요리사 해야겠다. 엄마가 아프니까.”
그 말에 아들은 가방을 내려놓고 말없이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남편과 아들에게 식사를 차려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 재잘거리던 귀여운 아들이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생이 된 후로는 말수가 줄다 못해 무뚝뚝해졌습니다. 늘 뭔가 불만인 듯 굳은 얼굴로 필요한 말만 건네는 아들에게 조금만 살갑게 말하면 좋겠다는 부탁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런 아들이 엄마를 대신해 저녁을 차리다니 놀랄 일이었습니다.
다음 날 몸이 한결 나아진 저는 아들 곁으로 갔습니다.
“엄마, 괜찮아?”
아들의 목소리에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습니다. 아들이 잘 자라기만을 바라며 밤낮없이 노심초사했던 모든 노고가 그 말 한마디에 녹아내렸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흐뭇하고 기쁘실까요. 저도 자기만 아는 어린 믿음에서 벗어나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복음에 임하는 자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