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아
엄마가 결국 고관절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오래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린 사 남매를 홀로 키워야 했던 엄마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린 자식들 먹이고 입히느라 밭일, 물질 가리지 않고 일한 탓에 허리, 어깨는 물론이고 특히 고관절을 많이 아파했습니다. 최근에는 다리까지 저셨습니다.
수술 날짜에 맞춰 엄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엄마의 뒷모습에 고단했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습니다. 다음 날,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엄마는 통증 때문에 거동은커녕 식사조차 어려웠고 밤이면 통증이 더 심해 아침까지 끙끙 앓으며 잠을 못 이루셨습니다. 그런 엄마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어느 새벽녘에도 그랬습니다. 흐느끼는 소리에 잠이 깬 저는 소리 나는 쪽으로 갔습니다. 부엌 한쪽에서 엄마가 숨죽여 울고 계셨습니다. 선뜻 다가가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기만 했지요. 어른이 되면 엄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밤새 애꿎은 엄마 손만 쥐었다 놓았다 했습니다.
엄마가 서서히 회복하는 사이 안식일을 맞았습니다. 엄마에게 하나님께 축복받는 날이니 같이 예배드리자며 머리 수건을 씌워드렸습니다. 엄마는 조용히 웃으시더니 온라인 예배에 집중했습니다. 엄마의 영혼이 하나님께 위로받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엄마의 예후가 눈에 띄게 좋아져서 집에 잠깐 다녀오려고 가방을 정리하는데, 엄마가 저를 가만히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 딸, 고맙다. 같이 있어줘서 행복했어. 사랑해”라고 하시면서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엄마의 다정한 속엣말이 가슴 깊은 곳을 뜨겁게 일렁였습니다. 엄마의 사랑 고백(?)이 비행기 창 너머 뭉게구름처럼 포근했습니다. 저도 엄마에게 이 말을 꼭 하려고 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우리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알아요. 정말 감사해요. 슬픔도 없고 고통도 없는 천국에 꼭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