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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하늘의 계산법

2021.081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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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에서 전역한 아들이 복무할 때 부은 적금 때문에 함께 은행을 방문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며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15년 정도 지났지만 제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기억입니다.

    아들이 일고여덟 살쯤이었습니다. 그때도 함께 은행에 들렀는데 사람이 많아 한참을 대기한 끝에야 제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아들은 이미 오랜 시간 기다리느라 심심하다고 보채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원과 상담하는 동안 얌전히 기다려줄지 걱정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아들은 여기저기 기웃대며 흥밋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용무가 끝나고 돌아보니 예상 외로 가만히 앉아 독서 중인 아들이 보였습니다. 아들이 읽는 것은 다름 아닌 은행 상품 소개 팸플릿이었습니다. 잡지나 일반 책을 놔두고 상품 소개 팸플릿을 보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가득 적혀 있어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조용히 있어줘 고마웠습니다. 집에 가자고 아들을 불렀습니다. 저를 본 아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아들은 “엄마, 엄마!” 하고 놀란 듯한 목소리로 쪼르르 달려와 팸플릿을 펼치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엄마! 은행에 돈을 저금하면 이자를 주는데요, 이건 이자에 또 이자를 주는 복리(複利) 이자래요! 들어보셨어요?”

    마치 은행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제게 상품을 소개하는 아이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분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들렸습니다. 어린것이 정말 이해하고 말하는 걸까 싶으면서도 경제 원리를 일찍 깨치는 것 같아 기특했습니다. 열심히 설명해 준 아들을 위해 “그래? 나중에는 복리 이자 상품도 생각해 봐야겠네. 알려줘서 고마워. 어려운 내용을 잘 이해했구나”라며 장단을 맞춰줬습니다. 돌아온 아들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복리 이자로 축복받고 싶어요!”

    생각지도 못한 말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희는 무엇으로 어떻게 하나님께 기쁨을 드려서 복리로 축복받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자 실천할 것들을 정하고 그 일에 열심 내자며 각오도 다졌습니다. 아들의 말은, 그날 이후 제가 하늘 상급을 향해 달리는 여정에 종종 불쏘시개가 되었습니다.

    “너 아주 꼬맹이일 때 엄마랑 은행 가서 했던 말 기억해?”

    어느새 훌쩍 자란 아들은 쑥스러운 듯 웃기만 했습니다. 저는 압니다. 아들도 어린 날의 약속대로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요.

    이자에 이자를 더하는 복리는 이미 하늘의 계산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라는 이유로 죄 사함도 영생도 구원도 값없이 받는데,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이 자녀들이 작은 믿음과 선행만 보여도 하늘의 신령한 것으로 갚아주시려 상급을 넘치도록 예비하고 계시니까요. 탄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가 살아서 호흡하는 모든 순간이 이미 하나님의 충만한 은혜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이제는 하나님께 기쁨에 기쁨을 더해드리는 자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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