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서럽고 힘들었던 시절이 마치 현실인 듯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꿈은 ‘너는 원래 슬픈 사람’이라고, 지금의 행복은 다 거짓이라고 말하며 내 마음을 흔들려 했다. 꿈에서 깨어나 거울을 보니 미간이 찌푸려져 있다. 꿈에서 인상을 썼나 보다. 예전 같으면 마음이 동요해서 지나간 내 삶을 연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저 꿈일 뿐이야. 무엇도 나를 슬프게 만들 수 없어.’
어릴 때 우리 집 형편은 또래 중 제일 어려웠다. 그래도 존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있었고 소중한 형제들이 있어 부족한 줄 몰랐다. 집안 사정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곰팡이 핀 반지하에서 지내야 했을 때에도 인생의 새로운 도전으로 여겼고, 부모님의 짐을 나눠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끄럽다는 큰오빠의 핀잔에도,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며 좋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스스럼없이 집에 데려왔다. 오 년 후 이사한 집도 반지하였지만 그립던 부모님과 형제들과 다시 함께 살 수 있게 되어 내 마음은 꽃밭이었다.
힘든 시기는 다 지나고 잘 버텨냈는데 나는 뒤늦게 지난 시절을 되짚으며 부모님을 원망했다. 세상의 안목을 습득한 것이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빌딩 숲 아래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슬프게 바라보았다.
내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질 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쓰신 편지인 성경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렸다. 이 땅의 유한한 삶이 지나면 영원한 천국이 펼쳐지며, 이 세상은 천국에 나아가기 위한 배움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다. 천지 만물을 창조하시고 6천 년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구원의 역사를 펼치신 하나님께서 내 영혼의 아버지 어머니이심을 알고 더 이상 주눅 들지 않게 됐다.
지금 내게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장소는 방 한 귀퉁이의 작은 책상 앞이다. 책상 위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가장 귀한 선물인 성경이 올려 있다. 성경을 읽으며 나를 왕 같은 제사장으로 키워주시려 돌보시는 아버지 어머니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 그리고 나를 응원하는 형제자매가 곁에 있다.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거나 물질의 풍요를 바라지 않는다. 영원한 천국의 약속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