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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서두른 이유

2021.0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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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겨울, 동네 목욕탕 청소 일을 시작했습니다. 나가려고 채비하는 제게 이제 갓 중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도와드리면 용돈 주실 거예요?”

    딸아이와 함께 가는 것만으로도 왠지 좋았던 저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목욕탕에 도착해 일을 하는데 딸아이의 일솜씨가 여간 야무진 게 아니었습니다. 의자와 바구니들을 닦아 차곡차곡 쌓고 바닥을 대걸레로 힘껏 닦았습니다. 혼자 할 때보다 20분 이상 단축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말동무하며 일하는 즐거움이 의외로 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슬쩍 물었습니다.

    “내친김에 일주일에 두 번만 엄마랑 같이 일하지 않을래?”

    딸아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딸아이는 자기가 맡은 일을 재빨리 다 하고 제 일까지 도왔습니다.

    “쉬엄쉬엄해도 돼. 네가 다 못하면 엄마가 해도 되고….”

    “엄마 힘들어서 안 돼요. 빨리 끝내야 얼른 집에 가서 엄마랑 따뜻한 이불 속에 쏙 들어가서 쉬죠.”

    딸아이의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딸아이가 단지 용돈 받을 생각으로 엄마를 따라나선 것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저는 하늘 어머니께 어떤 자녀일까 뒤돌아보았습니다. 쉼도 잠도 잊으신 어머니의 고통과 희생을 알면서도 마음을 다해 돕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하늘 본향 돌아갈 소망을 품고 담대히 복음을 전하는 자녀로 언제까지나 어머니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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