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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조건 없는 탕감

2019.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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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회계사다. 직업상 ‘부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가 많다. 여기서 부채는 대출 원금과 이자의 합계를 가리키는데, 누군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빚을 지게 된 경우 그 사람을 구제해주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부채 탕감 제도’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채무자는 일정 금액의 빚만 갚고 나머지는 탕감받는다. 결국 모든 금액을 변상하는 것은 아니라서 채권자는 탕감된 만큼 손해를 입는다. 채권자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제도다.

    물론 부채를 탕감받는 조건은 까다로워서 신청한다고 다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법원이 채무자의 태도를 지켜보고 탕감을 확정 짓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채 탕감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벼랑 끝에 몰린 채무자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하다.

    “이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회계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 회계할 때에 일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갚을 것이 없는지라 ···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여 주었더니”(마 18장 23~27절)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죄 사함’이라는 영적 부채 탕감 제도를 알려주셨다. 채무자의 빚, 즉 원금과 이자를 탕감해주는 이 땅의 부채 탕감 제도와는 다르게 하늘의 부채 탕감 제도에서는 죄인의 형량이 그 탕감 대상이 된다.

    성경은 인류가 하늘에서 하나님께 죄를 지은 죄인이라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다. 또한 그 형량은 사망이라고 알려준다(롬 6장 23절). 이는 죽어야만 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으로 죄의 값을 치른들 나 자신이 이미 죽고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형판결을 받은 죄인에게는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일만 달란트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탕감해준 임금처럼, 당신의 피로 우리 죄를 대신 갚는 영적 부채 탕감 제도, 유월절을 허락하셨다(마 26장 26~28절). 우리의 능력으로 죄 값을 갚을 수 없음을 아시기에, 하나님께서 친히 당신의 피를 흘리심으로 완전하게 죄를 사해주신 것이다(히 9장 22절).

    혹자는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단순히 주종 관계 또는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로 곡해해, 우리가 구원받는 것을 ‘주고받는(give and take)’ 방식으로 잘못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서 오직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까지 내어주시며 일방적으로 희생하셨음을 보았다. 이를 깨달았다면 결코 ‘내가 하나님께 무언가 드렸기 때문에 죄 사함을 받았다’라고 말할 수 없다. 용서받을 수도, 변제할 수도 없는 죄를 하늘의 채무자들 대신 당신의 피로써 탕감해주신 하나님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께서 진정 우리 영혼의 아버지 어머니이심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어떠한 노력으로도 갚을 수 없는 크고 중한 죄를 하늘 부모님께서 대신 담당하신 것이다. 그런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70억 인류를 죄 사함의 길로 인도해야겠다. 또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나의 죄를 값없이 사해주셨듯 마땅히 형제자매의 허물을 용서하는 사랑을 베풀어야겠다. 다시 누릴 수 없었던 하늘 자녀의 권리를 회복시켜주시고 영원한 천국을 허락해주신 하늘 아버지 어머니께 무한한 감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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