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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아들 걱정

2019.1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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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한 작은아들이 직장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덤벙거리는 성격이라 혼자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남편과 함께 자취방에 가서 짐을 정리하고 방 청소까지 해주고 나서도 뭔가 허전했습니다. 자취방을 나오기 전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밥해두고 갈까?”

    “괜찮아요.”

    아들에게 조르다시피 말했습니다.

    “아들, 엄마가 밥해두고 갈게.”

    “엄마, 나 조리고등학교 출신이거든요?”

    “아, 맞다. 그렇지!”

    아들의 만류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와서도 걱정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아침에 늦잠을 자지 않을지, 밥은 제때 챙겨 먹을지, 청소나 빨래가 밀리지는 않을지, 콘센트와 가스 밸브는 확인할지, 잘 때 춥지는 않을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 밤잠을 설쳤습니다.

    아들이 첫 출근하는 날은 제가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잔뜩 긴장됐습니다.

    ‘지금쯤이면 출근했겠지?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일하다가 다치면 어떡하지?’

    몸은 다른 곳에 있지만 마음은 온통 작은아들의 직장에 가 있었습니다. 아들바라기 남편은 의외로 괜찮아 보인다 했더니 역시 아니었습니다. 자취방에 전자레인지를 가져다준다는 핑계로 아들이 일하는 식당 근처에 가서 아들을 지켜보고 왔다더군요. 손님들 틈에서 일하는 아들의 표정이 좋아 보여 안심하고 돌아왔다고요. 다행히 아들도 일이 할 만하다고 해 마음이 놓였습니다. 또 걱정과 달리 전화해서 이불 빨래를 어떻게 하는지 묻는 등 스스로 뭐든 해보려고 하는 아들이 대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들을 품에서 내보내며 하늘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봅니다. 어머니께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하늘 자녀들을 노심초사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실 겁니다. 영의 양식은 꾸준히 공급받고 있는지, 영혼은 청결한지, 시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자녀를 향한 걱정과 염려가 한가득이시겠지만 하나하나 착실히 헤쳐나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겠지요. 제가 아들을 바라보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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