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연
내 기억 속의 치과는 한마디로 ‘공포’다. 어린 시절,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울려 퍼지던 꼬마의 울음소리에 지레 겁먹은 나는 치료하는 동안 온몸이 굳었다. 날카로운 마취 주사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치아와 잇몸을 자극하는 묵직한 진동과 윙 하는 기계음에 등줄기는 땀으로 흥건했다.
그때부터 치과 문턱은 절대 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 결심은 치아 교정이라는 난제 앞에 무력했다. 치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바위를 매단 듯 천근만근이었다. 다른 치료는 그렇다 치고 마취 주사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의사 선생님은 치료받는 동안 다섯 번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내 잇몸에 마취 주사를 가차 없이 꽂았다.
앞으로 남은 치료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난감했다. 주사에 주눅 든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간단한 치료 과정일 뿐이야. 잠깐 따끔하고 지나갈 거야’라고 틈만 나면 되뇌었다. 다음 달 치과에서 마취 주사를 맞을 때도 그 말을 중얼거렸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잇몸을 찌르는 얼얼한 아픔 대신 두터운 무언가로 지그시 누르는 느낌만 나는 것이 아닌가. 똑같은 주사가 맞나 싶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치과에 대한 공포가 막을 내렸다.
생각의 틀을 살짝 깬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이겨낼 뿐 아니라 고통이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시로 만나는 크고 작은 두려움도 생각의 전환으로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어깨 펴고 당당히 복음의 길을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