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준
고등학생 때, 타일 시공을 하시는 아버지를 도와드린 적이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새벽 6시에 나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차에 타면 비몽사몽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는 시공 준비 작업을 하고 나는 타일 박스를 날랐다. 문제는, 시공할 곳이 6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돌덩이 같은 타일 박스를 어깨에 얹고 6층까지 올라갔다. 땀이 뚝뚝 떨어지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타일을 다 옮기고도 끝이 아니었다. 20킬로그램짜리 접착제 통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빨리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에 한 손에 하나씩 총 40킬로그램을 들고 올라갔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시며 천천히 해도 되니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자재들을 다 옮기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손을 덜덜거리며 식사하는 내게 처음 하는 일이라 생각보다 힘들 거라며 걱정하셨다. 아버지를 도운 사흘 동안 온몸이 뻐근하고 쑤셨다.
수십 년을 한결같이 새벽바람 맞으며 일터로 향한 아버지는 어떻게 견디셨을까. 늘 허허 웃기만 하고 내색하지 않으셔서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지 못했다. 일을 돕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짊어진 가장의 무게를 영영 가늠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하나님께서 걸어가신 복음 길을 따라 걸을 때라야 우리 구원을 위해 치르시는 하나님의 희생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 하늘 부모님을 온전히 뒤따르는 효자가 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