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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사이

2021.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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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친정에 가서 엄마와 함께 동네를 산책했습니다.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길게 이어진 소나무 숲을 걸으면서, 엄마는 제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한참 웃었습니다. 우리는 내친김에 언덕 위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언덕에 오르니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였습니다. 엄마는 동네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저기는 ○○네 밭이고 모퉁이를 돌면 작은 쉼터가 있지, 저 골목에서 꼬마들이 참 많이 놀았는데…” 하며 쉼 없이 말씀하셨습니다. 엄마 손끝을 따라다니던 제 시선이 엄마의 옆모습에 머물렀습니다.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헛헛한 마음을 여기서 달래셨을까, 언덕을 홀로 오르내리며 외롭고 고단한 삶을 잠시나마 내려놓으셨을까. 자주 찾아뵈어야지 하면서도 엄마는 늘 후순위에 두었습니다. 너무 죄송해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엄마, 우리 사진 찍을까?”

    엄마는 다 늙어서 사진은 찍어 뭐 하느냐면서도 제 옆으로 다가와 포즈를 잡았습니다. 둘이 얼굴을 맞대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엄마는 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듯했습니다.

    친정에서 돌아와 엄마와 찍은 사진을 한참 보다가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간밤에 잘 주무셨는지, 식사는 잘 하셨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산책도 하셨는지 시시콜콜 여쭈었습니다. 다음에는 이 말을 꼭 하려고 합니다.

    “무지무지 사랑하는 엄마, 영원히 외롭지 않은 천국까지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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