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Menu

깨달음

엄마의 아픔보다

2019.12309
  • 글자 크기



  • 타지로 직장을 옮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어느 날이었다.

    “다운아, 엄마가 사고로 다쳤어.”

    언니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엊그제 통화한 엄마가 사고를 당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허벅지 뼈 골절로 수술해야 한다는 언니 목소리 끝에 울음이 매달렸다.

    얼마나 다치셨을까,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걸까, 수술을 빨리 못하면 어쩌나… 버스를 타고 본가로 가는 내내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곧장 달려갔다. 엄마는 한쪽 다리 전체에 부목을 대고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누워 계셨다. 허벅지 뼈가 두세 개로 부러지면서 완전히 어긋났고, 원래 방향과 정반대로 꺾여 뼈 위치를 교정하고 접합해야 하는데 수술이 당장은 어렵다고 했다. 더구나 엄마의 뼈가 워낙 약해 까다로운 수술이 될 거라는 말에 걱정이 더 커졌다. 다급한 마음에 지인들을 총동원해 빨리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최소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 곁에 있어주는 것뿐이었다. 방법이 없어 답답하고 걱정은 태산인데 염치없게도 졸음이 쏟아졌다.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앉아 있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얼굴이 퉁퉁 부은 엄마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간호하러 왔는데 내가 먼저 잠들어버렸네. 엄마, 미안해.”

    “괜찮아. 엄마한테는 네가 비타민이라서 보기만 해도 힘이 나. 오랜만에 집에 와서 긴장이 풀렸나 보다. 병원은 불편하니까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자고 와.”

    엄마는 자신이 겪는 고통보다 내 불편한 잠자리에 더 마음을 썼다.

    다행히 엄마의 수술 일정이 빨리 잡혔다. 언니에게 엄마를 부탁하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수술이 잘 끝났다는 연락과 함께 언니가 두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혈관이 터져 피가 맺힌, 검붉은 반점이 가득한 엄마의 피부사진이었다. 수술 중 통증을 참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었고 그 압력으로 핏줄들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전신마취제로도 가시지 않은 엄마의 고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문득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기도하신 하늘 아버지의 고통이 떠올랐다. 극심한 아픔도 자녀를 보며 참고 견딘 영육 간 부모님의 사랑을 나는 언제쯤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엄마가 완쾌되는 날, 바람 좋은 길을 함께 걷고 싶다. 손 꼭 잡고.
    더 보기
    뒤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