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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퍼즐 한 조각

2021.0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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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고, 손주들이 보고 싶으셨던 시부모님이 언제 놀러 오느냐며 전화하셨다. 시댁에 가기 전, 어떤 선물을 준비해 가면 좋을지 아이들과 상의했다.

    “엄마, 예수님이 제자들과 유월절 지키시는 그림 퍼즐을 액자에 넣어서 드리면 어떨까요? 할머니도 어서 시온 가족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오! 누나, 좋은 생각이다. 엄마, 우리 퍼즐 잘 맞추니까 같이 해봐요. 저도 할머니랑 예배드리고 유월절도 같이 지키고 싶어요.”

    유월절 그림 퍼즐을 선물하면 할머니가 마음을 열고 하늘 가족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담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기특했다. 아이들의 예쁜 마음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 퍼즐 천 조각짜리를 액자와 함께 주문했다.

    퍼즐 조각 천 개를 상 위에 쏟아놓고 보니 양이 꽤 됐다. 시댁에 가기 전에 과연 이 조각들을 다 맞출 수 있을까 걱정하며 한 조각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낱낱의 조각만 봐서는 대체 그림의 어느 부분인지 짐작 가지 않았다. 우선 가장자리 조각들만 골라내 그림의 전체적인 틀을 맞춰나가기로 했다.

    “엄마, 비슷한 색깔이 왜 이렇게 많아요? 저는 잠깐 쉬었다 할래요.”

    가장 의욕적이던 일곱 살 아들이 틀도 완성하기 전에 백기를 들고 방을 나가버렸다. 열 살 된 딸아이는 다행히 꾹 참고 자리를 지켰다. 천 개의 조각 중에 가장자리 조각만 골라내는 작업이 힘들었지 맞추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테두리를 완성한 다음에는 테두리와 이어지는 조각들을 연달아 맞춰갔다.

    그림 속 테이블보와, 식탁 아래 발 부분까지 끝내고 나니 3분의 1은 해냈다는 뿌듯함이 한껏 몰려왔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물을 한 잔 마시고 와서 다시 앉았고, 자세를 고쳐 잡아 다른 각도에서 그림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눈에 띄지 않았던 조각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 예상과 전혀 다른 곳에 들어가는 조각들도 종종 있었다.

    언뜻 보기에 색깔도 모양도 똑같은 조각들만 남자 그때부터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마구잡이로 끼워 넣었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듯이 얼떨결에 쏙 하고 빈칸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역시 ‘안 되면 될 때까지’ 방식이 옳다며 기세등등했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끼우는 데에도 한계가 찾아오자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드러냈다. 다시 조금 쉬었다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신기하게도 톡 튀어나온 날개의 길이가 미세하게 다른 데다, 둥그스름한 머리 부분과 푹 파인 부분도 생긴 모양이며 꺾인 각도가 저마다 달랐다. 그렇게 뚫어져라 관찰하며 생김새가 특이한 몇몇 조각은 어울리는 자리가 생각나 바로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남은 것은 이제 5조각. 분명 빈칸도 5개인데 어딘가 미묘하게 맞지 않았다. 흐음, 남은 조각과 비슷한 색이 모여 있는 부분을 다시 찬찬히 확인하면서 잘못 들어간 조각이 있는지 점검했다. 퍼즐 조각이 제자리에 맞게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으로 그 조각을 누르고 좌우로 살짝 흔들어보면 안다. 제자리에 놓인 조각은 잘 맞물린 옆 조각들이 단단하게 고정해주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조각은 쉽게 흔들리거나 주위가 파도처럼 들쑥날쑥 요동친다. 앗, 알아냈다. 자리를 잠깐 비운 사이, 여섯 살 막내가 여기겠거니 하며 억지로 끼워 넣은 조각이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맞추면서 천 개의 조각이 알맞게 들어찬 퍼즐이 완성됐다. 조각의 위치가 정해져 있는 퍼즐은 한 조각이라도 빠지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한 조각이든, 그림 한 귀퉁이에 위치한 조각이든 마찬가지다. 색깔과 모양이 비슷해 보여도 잘못 채워진 조각은 그림을 망친다. 하늘 자녀들이 하늘 부모님 품으로 속속 돌아오는 지금, 아직 채워지지 않은 자리에 꼭 돌아와야 할 한 영혼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최적의 자리에서 형제자매와 연합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낼 것이다. “완성이다!” 하고 기쁨에 찬 환호성을 지를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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