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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지난여름 자취할 집을 구해 이사했다. 짐 정리를 도와주던 아빠가 깜짝 놀랐다.
“딸, 방범창이 없네?”
“괜찮아요, 아빠. 방범창 없이 살죠, 뭐.”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이사가 모두 끝나고 혼자 남았다. 방범창이 없어 창문을 닫은 터라 무척 더웠다. 밤새 더위에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전화 소리에 부스스 잠이 깼다. 아빠였다. 방범창 시공 업체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연락해보라고 하셨다. 방범창이 없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업체에 문의했더니 생각보다 비쌌다.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귀찮은 마음도 커서 아빠에게 방범창 없어도 괜찮으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아빠가 전화했다.
“좀 비싸도 방범창은 달아야 되지 않겠니?”
“아빠, 너무 비싸다. 창문 꽉 닫고 살면 돼요.”
“그래? 일단 알았다.”
전화를 끊긴 했지만 아빠의 걱정은 끝난 게 아니었다. 며칠 후 아빠가 또 전화했다.
“아빠가 시공 업체에 설치비 부쳤다. 업체에서 연락이 올 거야.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아빠는 혼자 지낼 딸 걱정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루셨다고 했다. 나보다 나를 더 아끼는 아빠의 사랑이 느껴졌다. 아빠는 그 후로도 불편한 것은 없는지, 위험한 부분은 없는지 수시로 물어보셨다. 자기 앞가림은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는데도 아빠한테 나는 마냥 어린아이였다. 지금껏 사랑의 눈으로 길러주시는 아빠가 있어서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