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떼 목장에 다녀왔습니다. 목장에는 많은 양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주인 노부부가 잘 돌봐서인지 양들은 털이 짧게 깎여 깨끗해 보였습니다. 그중 막내 양은 강아지처럼 할머니 옆에서 귀엽게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흐뭇하게 양들을 구경하다가 덩치 큰 양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한참 저를 쳐다보던 양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몸에 힘이 없는 것이 딱 봐도 나이가 많은 양이었습니다. 양의 입에서는 풀을 먹지도 않았는데 풀 씹는 소리가 났습니다. 되새김질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한참 동안 제 곁을 떠나지 않는 양이 신기해서 예뻐해달라는 건가 싶어 쓰다듬어주고 귀도 만져줬습니다. 양은 귀찮지도 않은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왜 그런지 의아했는데 궁금증은 곧 풀렸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저와 양이 있는 곳으로 와서 돌이 든 페트병을 흔들었습니다. 달그락 소리가 나자 흩어져 있던 양들이 “메에” 하고 울었습니다. 이내 목장이 양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양들은 목자의 신호를 듣고 울타리 쪽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선 곳이 울타리가 열리는 문 앞이었습니다. 그제야 양의 행동이 이해가 됐습니다. 늙은 양은 곧 집에 갈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미리 울타리 쪽에 와 있던 겁니다.
큰 양들은 목자가 내는 소리를 듣고 단번에 문 앞으로 모였지만 아직 어린양들은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여러 번 신호를 들은 후에야 문 쪽으로 몸을 움직였습니다. 할머니에게 애교를 부리던 막내 양은 그때까지도 집으로 돌아올 생각은 않고 밖에서 풀을 뜯으며 놀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양이 좋아하는 우유를 먹이면서 반대편 울타리로 이끌어 겨우 안쪽으로 들이고, 울타리 문을 닫았습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양으로 비유합니다. 양은 목자의 음성에 귀 기울입니다. 양 중에는 목자의 음성을 듣고 곧바로 움직이는 장성한 양들이 있는 반면 목자의 음성을 여러 번 들어야 움직이는 어린양들도 있습니다. 시온 안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곧장 움직이는 식구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하나님의 음성이 익숙하지 않은 식구들도 있습니다. 그런 식구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여러 차례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양이 목자의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목자의 음성이 들리면 바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양은 내 음성을 듣는다고 하셨습니다(요 10장 27절). 장성한 양답게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곧바로 따르는 성도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