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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언제나 엄마 껌딱지

2021.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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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내가 어릴 때 ‘엄마 껌딱지’였다고 자주 말했다. 엄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심지어 화장실까지 졸졸 따라 다녔다는 것이다. 어쩌다 새벽에 귀가했는데 내가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옷자락을 꽉 붙잡고 놓지 않는 나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엄마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그런 내가 외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2년이다. 처음에는 엄마가 보고 싶어 밤마다 훌쩍였다. 가족들과의 영상통화가 그리움을 달래주었다. 엄마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전화만 하면 볼 수 있으니 세상 참 좋다” 하며 나를 다독였다.

    외국 생활이 안정될 무렵, 엄마의 전화 횟수가 줄어들고 문자를 보내도 다음 날에야 답장이 오는 일이 잦았다. 엄마가 나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나 싶어 안심이 되는 한편 살짝 서운했다. 하루는 동생과 통화하다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투정 부렸다.

    “엄마 요즘 내 생각 안 하나 봐. 문자메시지 답장도 늦게 보내고….”

    “아유, 아니야. 언니가 몰라서 그래.”

    동생은 펄쩍 뛰며 며칠 전의 일을 들려주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이 “어머, 딸만 둘이신가 봐요. 다들 이쁘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엄마가 “아니에요. 딸이 셋이에요. 제일 예쁜 딸은 필리핀에 있어요” 하며 내 칭찬을 한참 했다는 것이다. 동생들이 말리고서야 멋쩍게 웃으며 겨우 멈췄다고 했다.

    엄마의 사랑은 자녀가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한결같은가 보다. 엄마의 관심이 내게서 멀어졌다고 내심 섭섭해했던 게 부끄러웠다. 해가 뜨고 지는 순간에도, 가족들이 함께 모일 때마다 나를 떠올리며 기도하고 있을 엄마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엄마, 저는 언제나 엄마 껌딱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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