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는 건물 6층에 있습니다.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높이가 아니다 보니 많은 식구들이 엘리베이터를 애용합니다. 그런데 지난가을 북상한 태풍의 영향으로 옥상에 빗물이 넘치면서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습니다. 업체에 알아보니 수리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곧 다가올 절기 기간 새벽·저녁 예배에 참석하자면 꼼짝없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온이 위치한 건물은 주거용보다 천장이 높아서 계단이 훨씬 많습니다. 예배 때 아이까지 챙겨서 계단을 오르노라면 정말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식사 봉사가 있는 날은 더했습니다. 장 본 식재료를 나눠 들고 6층까지 줄지어 계단을 올라야 했으니까요. 수리를 기다리는 사이 기도 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일매일 겨우 계단을 오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 근육이 뭉쳤습니다. 그렇게 2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사실 저는 숨쉬기 운동(?) 외에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체력이 좋을 리가 없지요. 쉽게 피로를 느끼고 기운이 달린다며 게으름을 피울 때도 많았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고 처음 며칠은 2층까지만 올라가도 다리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층마다 쉬어가며 6층까지 기다시피 겨우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10일쯤 지나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기적이었습니다. 4층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를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6층까지 단번에 올라갈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 정도 근력이 생기고부터는 교회에 도착하면 성취감까지 느껴졌습니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기분이랄까요? 등산하는 사람들은 산에서 처음 본 사람과도 모두 친구가 된다고 하지요. 정상까지 얼마나 힘든 여정인지 아니까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사이에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계단에서 식구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인사도 평소보다 살갑게 하고, 시온에 도착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웃으며 수고했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습니다.
불편해진 환경 덕분에 몸도 건강해지고, ‘시온산’을 오르는 식구들과 우애도 돈독해졌으니 불평할 일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