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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향기 품은 꽃차처럼

2019.1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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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을 좋아하는 저에게 하루는 남편이 꽃차 만드는 법을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습니다. 향기롭고 예쁜 꽃으로 차(茶)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흔쾌히 권유를 받아들였습니다. 강의는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꽃차를 만들려면 먼저 꽃의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차로 만들 수 있는 꽃과 없는 꽃이 있고 개중에는 꽃뿐만 아니라 줄기나 잎, 열매까지 차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재료를 채취하는 시기와 방법은 물론 꽃과 잎, 열매의 상태에 따라 차를 만드는 과정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꽃차는 기본적으로 재료에 열을 가해서 수분을 완전히 말리는 건조법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 꽃의 모양이나 수분을 머금은 꽃잎의 상태와 두께에 따라 건조 횟수가 달라집니다. 팬지, 진달래, 금어초, 벚꽃과 같이 꽃잎이 얇은 꽃들은 약한 불에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동백이나 장미처럼 잎이 두꺼운 꽃들은 조금 더 높은 온도에서 시작해 동일한 건조과정을 진행합니다.

    이에 비해 줄기나 잎, 열매의 껍질처럼 두꺼운 부분을 차로 만들 때 사용하는 유념법, 일명 비비기는 첫 과정부터 사뭇 다릅니다. 먼저 재료들을 채 썰어서 뜨거운 팬에 볶아서 익힙니다. 이것을 덖는다고 하는데, 멍석처럼 표면이 거친 곳에 보자기를 깔고 덖은 재료를 펼친 후 힘을 줘서 누르고 비비기를 반복하며 재료에 일부러 상처를 냅니다. 이 공정을 반복하는 동안 재료의 세포막이 부서지며 세포막 안에 있던 성분들이 빠져나와 훨씬 감미롭고 진한 향을 머금은 차가 됩니다.

    처음 유념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언뜻 이해가 잘 안 갔습니다. 기껏 제일 예쁜 열매와 잎을 선별해서는 칼로 자르고 뜨거운 불에 덖는 것도 모자라 일부러 상처를 내니 말입니다. 하지만 최상의 차를 만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건조법이나 유념법으로 재료의 수분을 거의 다 제거하고 나면 공통적으로 거쳐야 하는 마지막 공정이 있습니다. 바로 향매김입니다. 향매김은 재료가 견딜 수 있는 제일 뜨거운 온도에서 짧은 시간 동안 마지막 수분을 증발시킨 후, 하룻밤 정도를 저온의 팬에 두어서 이제껏 뜨겁고 아픈 과정을 견딘 꽃들이 제 속에 향기를 머금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겁니다. 진한 향기를 품은 최상의 꽃차는 향매김을 마지막으로 완성됩니다.

    꽃차를 만들다 보면 때로는 꽃잎이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해 타버리기도 합니다. 여러 번 덖고 식히는 과정이 귀찮아서 건조 횟수를 줄인 꽃차에서는 향기가 덜 나기도 합니다. 수분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아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힘든 과정 없이 자연 바람에 말려도 꽃차를 만들 수 있지만, 뜨거운 열을 견디며 향기를 머금은 차들과는 맛과 향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철마다 꽃차를 만들 때면, 힘든 공정을 거쳐 마침내 진한 향기를 품은 꽃차가 꼭 믿음의 여정 끝에 천국에 입성할 우리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내와 연단의 과정을 통해 우리를 진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은 하늘 자녀로 만들어가시는 하늘 아버지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며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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