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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주
유리가 깨진 자동차를 방치하면 얼마 못 가 형편없이 망가진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면 큰 사건·사고를 줄일 수 있다. 과거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았던 뉴욕시에서 지하철과 거리의 낙서를 지우고 도시 정화 작업을 벌이자 범죄가 줄어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나도 이런 경험을 했다. 우리 동네에는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가 늘어서 있어 봄이 되면 동네에 아카시아 향기를 한가득 풍겼다. 그런데 최근 근처 원룸에 입주한 주민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배출 구역을 몰랐는지 공원 주변에 온갖 쓰레기들이 쌓였다. 구청에서는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몰래 쓰레기를 버린다는 이유에서다.
아카시아 나무가 사라지자 잡초가 자라났다. 사람들은 무성한 풀숲에 쓰레기를 더 많이 버렸다. 높다란 철조망을 쳐도, 전담반을 투입해 매일같이 쓰레기를 수거해 가도, 쓰레기 불법 투기 시 벌금을 물리겠다는 경고문을 부착해도 소용없었다. 사람들이 그곳을 쓰레기 투하 장소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더구나 문제의 공원은 우리 빌라 바로 맞은편이라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어느 날 우리 빌라의 주인아주머니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아주머니는 평소 꽃을 좋아해 빌라 화단과 옥상에도 여러 화초를 심어놨는데, 이번에는 공원 가장자리의 잡초를 뽑고 그 자리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수국, 달맞이꽃, 국화, 맨드라미, 채송화…. 어디서 그런 예쁜 꽃나무들을 구해왔는지 철조망 앞은 금세 아담한 꽃밭이 됐다.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지없이 쌓이던 불법 쓰레기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어여쁜 꽃들 옆에 쓰레기를 놓고 갈 수 있을까. 골머리를 앓던 구청 직원들도 아주머니를 연신 칭찬했고, 아주머니는 동네에서 주변 관리를 가장 잘하는 분으로 인정받았다. 여름이 되어 꽃이 져도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아주머니의 정성은 여전했다.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가 바뀌는 모습을 보니 영적 상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마다 성경 말씀을 상고하고 마음 밭을 기경할 때는 마음이 뜨거워져 기도도 자주 하고 구원의 소식을 어서 주변에 전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며칠 말씀을 살피지 않으면 기도도 게을러지고 전도의 열정도 식어버린다.
내 마음 밭에 하나님 말씀으로 씨를 뿌려 아름다운 생명나무를 길러야겠다. 나태함, 욕심, 미움 등 하나님께서 싫어하는 것이 일절 들어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