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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내 기분대로 행동한 결과

2020.1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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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에서 툭툭 소리가 났다. 전자레인지에서 나는 소리인가 하고 플러그를 뽑았지만 소리는 계속 났다. 어디서 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한참 살펴보다가 싱크대 밑에 설치한 음식물 분쇄기에서 나는 소리라고 확신했다. AS를 신청할 수 없는 늦은 시간이었기에 일단 전원부터 껐다. 그럼에도 소리는 멈추지 않았고 밤새 이어졌다. 아침에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아 예민해졌다. AS 접수가 시작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전화를 걸었다. 업무가 밀려서 즉시 방문하기는 어렵고 사나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하루도 힘든데 며칠을 어떻게 견디겠냐며 빨리 와 달라고 무뚝뚝하게 재촉하고 전화를 끊었다.

    답답한 마음을 잠시 누르고 주방에 서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싱크대 밑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 가스레인지 쪽에서 나고 있었다. 자세히 봤더니 불은 꺼진 상태인데 조절 손잡이가 점화 상태였다. 손잡이를 소화 쪽으로 돌렸다. 소리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딸아이가 물을 끓이다가 넘쳐 불을 꺼뜨리고 그대로 둔 것이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덜거린 일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AS센터에 전화를 걸어 정중히 사과하는데 신중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뒤늦게 후회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번 일로 후회 하나를 보탠 셈이다. 불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의 기분대로 행동하는 것은 아직도 하나님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오래 참으며 온유하고 무례히 행치 않는 사랑의 모습으로 꼭 거듭나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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