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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자식에게 한없이 미안한 엄마의 마음

2020.1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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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이 플라스틱 고리로 묶인 두 개짜리 음료수 중 하나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는지 칼로 고리를 잘라야겠다고 했다. 다치지 않을까 염려됐지만 훌쩍 키가 큰 중학생 아들이 할 수 있다고 하니 더는 말리지 않고 집안일을 했다.

    “아!”

    아들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왜? 무슨 일이니?”

    깜짝 놀라 주방으로 뛰어 가보니 아들의 손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수건으로 지혈하면서도 아들이 걱정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이 말만 반복했다.

    “엄마, 나 괜찮아. 내가 잘못한 건데 왜 엄마가 미안하다고 그래?”

    “몰라. 그냥 미안해. 엄마가 해줄걸. 고리를 미리 빼놓을걸. 엄마가 컵에 따라서 갖다 줄걸.”

    잘잘못을 따지거나 자초지종을 말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내 탓 같았다. 응급실에서 베인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한 후에야 마음이 겨우 가라앉았다. 집에 돌아와 곤히 잠든 아들을 보는데 가슴이 짠하고 아렸다. 자식의 실수나 잘못이라 해도 미리 도와주고 챙기지 못해 한없이 미안한 마음. 엄마 마음은 이런 거였다.

    내 능력만 믿고 성급하게 나섰다가 영적으로 상처 입은 나를 탓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미안하다 하시는 하늘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셨을까. 깊은 사랑으로 내 영혼을 고이고이 품으시는 어머니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순종의 자녀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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