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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엄마 손은 만능 손

2020.1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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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년간 병석에 계시던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억척스러운 가장이 되어 동분서주하며 일했다. 한창 크는 우리를 위해 식사를 챙기고 옷과 운동화도 남부럽지 않게 사주셨다. 그런데도 나는 늘 불만투성이였다.

    “고등학생인데 용돈을 왜 이것밖에 안 줘? 친구들은 떡볶이 먹는데 나만 못 먹었잖아.”

    내 맘대로 하지 못해 대놓고 심술부리고 버릇없이 굴어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엄마는 그런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셨다.

    혼자 키우기 힘들지 않느냐, 딸아이 하나는 시댁에 보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흔들림 없이 가장의 자리를 지킨 엄마. 청년이 되고 나서야 오랜 세월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엄마의 손이 보였다. 엄마 손은 만능이라고 생각했었다. 엄마는 나와 동생이 미용실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솜씨 좋게 머리를 다듬어주셨다. 비즈와 실만으로 능수능란하게 만든 자동차 핸들 커버, 의자 시트는 볼수록 신기했다. 배앓이할 때도 엄마가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주면 감쪽같이 나았다.

    엄마 손은 지금껏 만능이었다. 두 딸이 부족함 없이 먹고 입도록 내내 분주했고, 힘들다고 투정하면 토닥였다. 원망하며 방황할 때 붙잡았고, 고비를 넘는 시기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응원했다. 가을 낙엽 같은 엄마 손, 오늘은 꼭 잡아드려야겠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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