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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울타리

마치 뾰족한 바늘을 품은 이불처럼

2020.1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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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던 이불 홑청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깨끗한 홑청을 뒤집어 방바닥에 펼친 다음 그 위에 이불속을 겹쳐 올리고 모서리를 맞췄다. 이불용 바늘에 무명실을 꿰어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며 시침질을 해야 이불속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이불 하나를 끝내고 두 개째 이불을 펼쳤다. 실을 다시 꿰려고 실패를 찾는 동안 잠깐 내려놓은 바늘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불 한 귀퉁이에 꽂아두었는데 무심코 들췄다가 속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결국 이불을 돌돌 말아가면서 살짝살짝 눌렀다. 뾰족한 바늘에 찔릴까 식은땀이 났다. 두세 번 훑었는데도 찾지 못했다. 바늘을 찾아내지 않으면 이불을 덮기는커녕 누군가 다칠까 전전긍긍해야 한다.

    이불 구석구석을 더듬으며 보이지 않는 바늘을 찾다가 불현듯 ‘내 안에 있는 바늘은 찾아냈는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마음속 깊이 묻어둔 섭섭함, 모난 성품,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불평…. 마치 바늘을 품은 이불처럼 겉으로는 포근해 보이지만 언제 어나와 누구를 찌를지 알 수 없었다. 내 영혼의 뾰족한 부분을 하루빨리 빼내서 형제자매를 언제나 포근히 감싸야겠다.

    앗, 네 번째 손가락이 따끔했다. 잃어버린 바늘이었다. 시침질을 마무리해 매듭을 지었다. 이불이 훨씬 포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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