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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지난겨울, 부모님과 남동생과 함께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직장을 핑계로 친정 부모님과 여행은커녕 1년에 한두번 얼굴 뵙고 집에서 겨우 하룻밤 머물고 오기도 바빴다. 부모님께 죄송하고, 장녀인 누나를 대신해 묵묵히 효를 다해 온 동생에게도 미안한 마음에 마련한 자리였다.
3박 4일 동안 여행하고 숙소에 돌아오면 밤늦도록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평생 불교에 몸담은 모친과 신앙의 갈등을 겪었기에 가족들 사이에서 ‘교회’는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많은 대화를 나누며 부모님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 종교를 인정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네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기도를 많이 하더니 결국 많은 복을 받는구나”, “내가 종교를 바꾸기가 쉽진 않겠지만 언젠가 때가 되면 교회에 가지 않겠니” 하며 내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를 하셨다. 남동생도 편견 없이 내 말을 들어주었다. 이것만으로도 신앙을 지키며 겪은 마음고생을 보상받는 듯했다.
여행 이후 가족 구원을 위해 남편과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올여름, 휴가 기간에 남동생과 함께하며 성경 말씀을 전했다. 내가 갓 진리를 받고 뜨거운 마음으로 전했던 진리 말씀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어 놀랐는데, 진리를 영접하고는 감동적인 말로 나를 울렸다.
“누나의 신앙을 인정해주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누나한테 너무 모질게 한 것 같아.”
내게 모질었던 적도 없고,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동생의 마음에는 아프게 남아 있었나 보다.
내가 부러워할 정도로 성품이 온유하고 겸손한 동생은, 이제 온라인 예배를 지키며 하늘 성민답게 믿음이 영글어가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예전과 달라진 상황이지만 오히려 그동안 돌아보지 못한 가족들을 챙길 수 있고, 더 간절한 마음으로 진리 말씀을 전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