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저희 가족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집 안에서는 몸을 움직일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하루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산책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산책하자는 말에 남편, 여덟 살 딸아이와 강아지까지 모처럼 총출동했습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몹시 더운 날이었지만 저와 남편은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땀 배출을 돕는 땀복까지 갖춰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하는 산책이라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더위에 시간이 흐를수록 걷는 속도가 느려졌고, 몸에 열이 올라 더 덥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이렇게 힘든데 어린 딸아이는 오죽했을까요. 조금만 더 힘내면 곧 집에 돌아가 쉴 수 있다고 지친 아이를 격려해주었습니다. 아이는 뜨거운 햇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반환점에 도착하기까지 불평하거나 떼쓰지 않았습니다. 참 대견스러웠습니다. 남편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이제 충분히 걸었으니 아빠 등에 업히렴. 네가 열심히 걸어서 아빠가 쉬게 해주는 거야.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노력할 때 도와주시거든.”
자신도 많이 지쳤을 텐데 아이를 위해 등을 내어주는 남편의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하지만 계속 걷다 보니 잠깐의 감동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극도의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땀복 때문에 땀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너무 지치고 힘든 나머지 저도 모르게 “산책은 정말 끔찍한 아이디어였어”, “못하겠어.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하는 불평이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남편과 딸은 그런 저를 격려해주었습니다. 제가 잠시 걸음을 멈추면 같이 서서 토닥여주고, 다시 겨우 힘을 내어 걸으면 함께 보폭을 맞추면서요. 마침내 집에 돌아온 저는 물을 잔뜩 마시고 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워 숨을 돌렸습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나니, 걷는 동안 불평했던 일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덥고 피곤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온 불평의 말들은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남편과 딸의 산책을 방해했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더위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제 불평으로 마음이 무거워졌을 남편과 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천국으로 나아가는 믿음의 길에서 우리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하늘 본향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보내는 격려는 큰 힘이 됩니다. 반면 불평은 모두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저는 제 소중한 형제자매의 여정을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나 응원하고 격려하며 의지를 북돋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복음 길은 형제자매를 향한 격려의 말로만 가득 채우리라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