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텔레비전에 앉아 있는 모기를 발견했다. 살금살금 다가가 있는 힘껏 내리쳤다. 내 손을 피해 유유히 날아가는 모기를 보며 바짝 약이 올랐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여태 잘 나오던 텔레비전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기 대신 애꿎은 텔레비전만 잡은 셈이었다.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10년 넘은 기종이라 부품이 없어 수리가 어렵다고 했다. 며칠 후 남편이 결연한 얼굴로 텔레비전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뒤쪽의 나사를 풀어 덮개를 열고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데 아기 손톱만 한 나사가 툭 떨어졌다. 모기를 잡으면서 텔레비전을 칠 때 떨어진 듯했다. 나사를 원래 구멍에 꽂아 바짝 조였다. 쪼그만 나사 하나 꽂았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고 텔레비전을 켰다. 웬걸, 언제 고장났냐는 듯 화면이 선명하게 나왔다. 나사 하나가 텔레비전 화면을 좌지우지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작은 나사 하나가 자기 자리를 지켰을 때 텔레비전이 잘 작동된 것처럼 내가 처한 상황과 위치에서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복음의 사명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자녀가 없다고 하신 하늘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