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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잘할 거라 믿어!

2020.10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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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저 오늘부터 자동차 운전면허 학원 다닐래요!”

    지난 1월이었다.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일찌감치 엄마에게 선언(?)하고 학원 수강 허락을 받은 지 오래였음에도 그제야 학원에 등록하려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진짜 오늘부터 다닐게요. 그러니까 엄마가 학원에 전화 좀 해주세요.”

    “이제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

    전화기 너머 엄마의 단호한 표정이 눈앞에 그려졌다. 전화 한 번이면 손쉽게 끝날 일이었으나 그 전화하기가 민망하고 어려워 시간을 끌어왔다. 낯선 사람에게 내 신상을 말하고 무언가 요청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리만치 부담스러웠다. 스무 살이면 이 정도는 혼자서도 할 줄 알아야 한다지만 왜 이리 힘들게 느껴지는지.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는데, 이렇다 할 사회생활을 경험해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서 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20대의 문턱을 넘자마자, 엄마가 나를 조금씩 울타리 밖으로 풀어놓으려는 것만 같아 초조하기도 했다.

    결국 원하는 대답은 얻지 못한 채 엄마와의 통화를 마치고 인터넷에서 학원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키패드에 전화번호를 꾹꾹 누르는데 긴장한 탓인지 엄지손가락 끝이 저릿한 기분이었다. 전화 상담을 거쳐 학원에 방문해 원생으로 등록하기까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엄마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던, ‘어른’만 할 수 있다 여겼던 일을 무사히 해내다니 감격스러웠다. 남들에게는 별일 아닐지라도 내 나름대로는 홀로서기의 첫발을 내디딘 것과 다름없었다.

    시간이 흘러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으로 가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는 내게 떨지 말고 시험 잘 보라며 소소한 합격 비법도 전수해주었다. 추위와 긴장으로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자신감도 생겨났다. 시험 결과는 합격. 기세를 몰아 다음 시험을 준비했다.

    운전면허 기능 시험 당일, 창밖은 아직 어둠이 옅게 깔려 있었지만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곤히 자는 듯한 엄마에게 다녀오겠다고 작게 인사했다. 언제부터 깨어 있었는지 엄마는 잘하고 오라며,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격려해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어려운 시험을 치를 때마다 엄마는 ‘믿는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그 말 안에 특별한 힘이라도 담겨 있는 것일까. “잘할 거라 믿어”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힘이 나고, 심지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최종적으로 운전면허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야 그 말에 담긴 속사정을 알게 됐다.

    “어휴, 네가 운전하는 모습을 옆에서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그 겁 많은 애가 운전대는 어떻게 잡고, 도로에서는 또 어떻게 운전할지 정말 궁금했어. 네가 새벽에 학원 갈 때면 하나님께 기도가 절로 나오더라.”

    내가 성인이 된 후로 엄마의 자식 걱정은 줄어든 줄로만 알았다. 현관문을 나서며 엄마에게 무심하고도 간단한 배웅을 받을 적에는 특히나 그렇게 느꼈다. 난생처음 내 손으로 학원을 등록하고 자격증을 따기까지, 딸이 보다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잠잠한 사랑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나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생각했다.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내면 내가 불안해할까 싶어 엄마는 일부러 더 담담하게 행동했나 보다.

    엄마의 사랑은 하늘 어머니의 사랑을 닮은 듯하다.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한 신뢰 뒤에는 밤을 지새워도 끝나지 않을 걱정과 간절한 기도가 뒤따를 것이다. 마음속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시고, 오늘도 자녀들이 밝고 희망차게 복음 길을 걷도록 도우시는 하늘 어머니께 한없이 감사드린다. 나를 믿어주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원동력 삼아 굳센 믿음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당당히 천국 문을 통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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