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아파트 복도가 떠나가라 울리는 굉음에 화들짝 놀라 현관문을 열었다. 화재 경보였다. 집이 꼭대기 층이라 연기가 올라오는지 아래쪽을 살피다가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점검 중”이라는 태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앞집이나 아래층에서 전혀 인기척이 없던 것이 생각났다. 부재중인지 아니면 이런 상황이 익숙한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잠들어 경보를 못 들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일은 내 믿음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깨어 있으라” 하신 말씀을 곱씹는다. 믿음의 경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면 내 영혼이 늘 깨어 있어야 하기에.